‘스스로를 돌본다’, 일본 ‘셀프 돌봄’(Self-wellness) 시장이 커지고 있다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2-17 15:54:55

혼밥 일상화 속 식문화가 웰니스 소비를 견인
편의점·외식·간편식까지 ‘혼자 먹는 방식’이 산업을 바꾼다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채연 기자] 일본 사회에서 혼자 사는 삶이 일상이 되면서, 식문화를 중심으로 한 셀프 돌봄(Solo Wellness) 소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가족 단위 식사가 줄어든 자리를 대신해, 혼자 먹는 한 끼의 질과 의미를 중시하는 소비가 늘어나며 유통·외식·식품 산업 전반에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일본의 가구 구조는 이미 1인 가구가 핵심 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1인 가구 비중은 2020년 전체 가구의 38%에서 2050년에는 44.3%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이미 최근 통계에서도 전체 가구의 약 3분의 1이 혼자 사는 가구로 집계되고 있다. 

이처럼 혼자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식사 역시 ‘공동의 시간’이 아닌 ‘개인의 관리 영역’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먹을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식사는 건강 관리와 정서 안정까지 아우르는 셀프 돌봄의 출발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먹는 식사를 전제로 진화한 외식업계와 유통채널

이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곳은 편의점과 드럭스토어다. 일본의 편의점은 더 이상 간단한 요기를 위한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1인분 기준으로 설계된 도시락과 반찬, 샐러드, 단백질 중심 간편식, 기능성 음료가 진열대를 채우며 ‘혼자 사는 사람의 식탁’을 대체하고 있다.

드럭스토어 역시 식품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건강 관리 목적의 식품과 음료가 의약품·생활용품과 함께 배치되며, 식사와 컨디션 관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다. 혼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소비자에게는 가까운 매장에서 한 끼와 건강 관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

외식업계의 변화도 뚜렷하다. 혼자 식사하는 고객을 전제로 한 매장 설계와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카운터석 중심의 좌석 배치, 시선을 최소화한 조명, 빠른 주문·회전 시스템은 혼밥의 심리적 부담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1인 고기구이 전문점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외식 브랜드는 ‘여럿이 먹어야 한다’는 기존 식사 문화를 뒤흔들고 있다. 혼자서도 눈치 보지 않고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서, 외식 역시 셀프 돌봄의 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포장·프리미엄화로 갈라지는 1인 식사 시장

1인 식사 시장은 양극화된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 끼 분량으로 나뉜 소포장 제품은 기본 선택지가 됐고, 동시에 ‘혼자 먹는 만큼 더 잘 먹고 싶다’는 수요를 겨냥한 프리미엄 간편식도 확대되고 있다. 조리 부담은 줄이되 맛과 품질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혼자만의 식사가 일종의 작은 보상 소비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혼밥이 단순한 생활 방식이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질을 관리하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식사는 더 이상 생존을 위한 최소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보는 일상의 루틴으로 기능한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셀프 돌봄 시장이 식문화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본다. 매일 반복되는 식사가야말로 가장 실천하기 쉬운 자기 관리 방식이기 때문이다. 혼자 먹는 한 끼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건강, 리듬, 만족도가 달라진다는 인식이 소비를 움직이고 있다.

편의점에서 고르는 도시락, 혼자 찾는 외식 공간, 집에서 즐기는 간편식까지 이어지는 식문화의 변화는 일본 셀프 돌봄 시장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단서다. 혼자 사는 삶이 늘어날수록, ‘혼자 먹는 방식’을 둘러싼 시장은 더욱 세분화되고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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