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해외가 주목하고 있는 ‘미역’의 힘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13 11:55:39
국내는 과다 섭취 걱정? “평소 식단이면 안전”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한국에선 간식이거나 반찬인 김과 미역이, 어떤 나라에서는 ‘요오드를 채우기 위한 선택지’로 약국 진열대에 올라가고 있다. 생소한 풍경이지만, 그 배경을 따라가 보면 이해는 빠르다. 요오드는 전 세계적으로 부족과 과잉이 엇갈리는 영양소이고, 해조류는 그 격차를 가장 손쉽게 메울 수 있는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역이 해외에서 다시 각광받는 장면은 단지 ‘K-푸드의 인기’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익숙한 것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간, 미역은 ‘바다 향이 나는 국 재료’에서 ‘영양 전략’으로 얼굴을 바꾼다. 한국인에게는 너무 당연해 잊고 지내던 미역의 장점이, 바다와 멀리 사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선명하게 보이는 셈이다.
요오드는 왜 중요할까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데 필요한 미네랄이다. 갑상선 호르몬은 몸의 대사 속도, 체온 유지, 에너지 사용, 성장 과정에 관여한다. 그래서 요오드가 부족하면 쉽게 피곤해지거나, 컨디션이 바닥을 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성장기 어린이·청소년, 임산부에게 요오드가 더 민감하게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신과 태아 성장 과정에서 대사와 호르몬 균형이 더 촘촘하게 맞물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충분히 먹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해조류를 즐겨 먹지 않는 식문화권에서는 요오드를 자연 식품으로 채우기가 어렵다. 그래서 일부 국가는 식품에 요오드를 강화하는 정책을 쓰기도 한다. 빵 등에 요오드를 첨가하도록 규정하는 방식처럼, 제도적으로 결핍을 막으려는 시도가 나온다. 이런 환경에서는 한국의 미역·김이 단순한 이국 음식이 아니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오드 공급원’으로 읽힌다. 약국에서 김 스낵이 팔리는 풍경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들이 이 식품을 ‘간식’이 아니라 ‘영양 수단’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미역은 ‘요오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식재료다. 미역의 매력은, 영양소가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미역은 상대적으로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가 많아, “배부르게 먹되 부담은 덜한” 식재료로 활용하기 좋다. 미역을 씹을 때 느껴지는 미끈한 질감은 알긴산 같은 수용성 식이섬유 성분에서 온다. 이 식이섬유는 물을 머금고 젤처럼 팽윤하는 특성이 있어, 장내 환경에 영향을 주고 배변 리듬을 돕는 쪽으로 작동한다.
또 미역에는 칼슘, 마그네슘, 철분 등 미네랄이 들어 있다. 단일 영양소를 ‘꽂아서’ 보충하는 방식보다, 식사 전체의 균형을 보완하는 방식에 가까운 식재료라는 뜻이다. 그래서 미역은 다이어트 식단에서 ‘샐러드에 넣기 좋은 바다 채소’로, 피로감이 쌓이는 시즌에는 ‘가볍게 국으로 풀어주는 재료’로 자리 잡기 쉽다. 해외에서 ‘슈퍼푸드’처럼 다뤄지는 이유도 결국은 이 다용도성 때문이다. 특별한 조리법이 없어도 일상에 붙기 쉽고, 꾸준히 먹기 편한 형태로 변형되기 쉬우니까.
‘미역 = 해독’이라는 공식
외식이 잦고 가공식품 섭취가 늘어나는 날, 혹은 기름진 메뉴가 많아지는 주간에 미역국이나 미역무침을 곁들이면 식사의 무게감이 달라진다. 미역의 섬유질이 장의 흐름을 돕고, 바다 채소 특유의 미네랄이 식사의 균형을 잡아주는 쪽으로 체감되기 때문이다.
또한 해조류에는 후코이단 등 특유의 성분이 들어 있어 항산화·면역 관련 주제로 언급되곤 한다. 다만 이런 성분은 ‘무조건 효과’로 단정하기보다, ‘식단이 허전해질 때 보완이 되는 식재료’로 이해하는 것이 더 건강한 태도다. 실제로 미역은 약처럼 먹기보다, 밥상에서 자연스럽게 자주 마주치는 편이 더 강점이 된다.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서 생긴다. 해외는 요오드가 부족해 미역과 김을 ‘약처럼’ 챙기는데, 한국은 왜 ‘과다 섭취’를 걱정할까. 한국은 해조류 섭취 기반이 이미 높은 편이고, 여기에 건강기능식품이나 멀티비타민 같은 제품이 더해지면 영양소가 특정 방향으로 쏠릴 수 있다. 특히 요오드는 결핍도 문제지만 과잉도 부담이 될 수 있는 영양소로 알려져 있어, ‘적당함’이 중요하다.
그래도 결론은 간단하다. 일반적인 식사 수준에서 미역국·김·미역무침을 즐기는 정도라면 대개 과도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예외가 있다. 갑상선 질환이 있거나 요오드 제한을 권고받은 사람, 혹은 농축 형태(분말, 추출물, 고함량 보충제)를 장기간 꾸준히 섭취하려는 경우에는 개인별 조절이 필요하다. ‘미역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 얼마나 자주’가 핵심이다.
오래 먹으려면, 맛있게 먹어야 한다
생미역은 살짝 데쳐 초무침으로 만들면 바다 향은 살리고 부담감은 낮출 수 있다. 오이·양파 같은 수분 많은 채소를 섞으면 식감이 살아나고, 식초의 산미가 비린 느낌을 줄인다. 건미역은 불리는 시간이 관건이다. 너무 오래 불리면 흐물해지기 쉽다. 적당히 불려 식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미역은 한국에선 너무 흔해서, 그간 가치가 관심 받지 못했지만 세계가 요오드를 다시 이야기하고, 식탁에서 결핍과 과잉을 동시에 고민하는 순간, 미역은 가장 단순하고 현실적인 답이 된다.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가능한 한 맛있게 채우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을 미역만큼 조용히 그러면서도 꾸준히 돕는 식재료도 드물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