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8억 추경, 농가엔 '단비' 내렸지만… '골든타임' 놓친 외식업계 지원책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6-03-31 19:39:41

사진 = 농식품부

[Cook&Chef = 이경엽 기자] 올해 격화된 중동 전쟁의 포화가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하며, 한국의 식량 안보와 밥상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유가 급등과 물류망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고, 이 중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으로 총 8개 사업에 2,658억 원이 긴급 투입된다. 요소수 대란과 면세유 급등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농가 입장에서는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단비'와 같은 조치다.

농가 생산비 절감 방점… 밥상 물가 안정의 '첫 단추'

이번 농식품부 추경안의 핵심 논리는 명확하다. 원재료 생산 단계인 농가의 부담을 덜어주어, 연쇄적인 밥상 물가 폭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기질비료 주원료인 요소의 수입량 중 38.4%가 중동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비료 가격 보조(42억 원)와 시설농가 유가연동보조금(78억 원) 편성은 선제적이고 타당한 조치로 평가받는다. 해상운임 상승을 고려한 축산농가 사료구매자금 650억 원 역시 육류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방어막이다.

생산 기반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1차적 수급 안정 조치는 농업뿐만 아니라 외식업계를 위해서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임이 틀림없다.

'낙수효과'의 함정… 철저히 소외된 B2B 외식 생태계

그러나 문제는 '시차'와 '사각지대'다. 농가 지원이 도매 물가 안정으로 이어져 레스토랑 주방까지 도달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당장 오늘 치솟은 식재료비로 장사를 이어가야 하는 외식 자영업자들에게는 체감하기 어려운 먼 이야기다.

특히 500억 원 규모로 추가 반영된 '농축산물 할인지원'은 뼈아픈 사각지대를 드러낸다.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 제도는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을 찾는 일반 소비자(B2C)에게 혜택이 집중되어 있다. 매일 대량의 식재료를 도매 시장이나 식자재 마트에서 구매해야 하는 외식업장(B2B)은 사실상 이 할인 혜택에서 배제되어 있다. 농가와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 식재료를 요리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셰프와 자영업자들만 원가 상승의 직격탄을 맨몸으로 맞고 있는 셈이다.

전기·가스료 폭탄… '상점 운영비' 대책 부재의 아쉬움

가장 시급한 외식업계의 생존 문제는 '에너지 쇼크'다. 이번 추경안에 농업용 시설을 위한 면세유 보조금은 포함되었지만, 24시간 대형 냉동고를 돌리고 불과 전기를 쉴 새 없이 가동해야 하는 외식업소의 공공요금 완화 대책은 단 한 줄도 포함되지 않았다.

현장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최근 3년간 농사용 전기요금이 1kWh당 약 20원가량 인상되었고, 육류 도매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특례마저 종료됐다. 상업용 전기·가스요금의 가파른 인상은 식재료비 상승과 맞물려 외식업소의 '주방 불'을 끄게 만드는 가장 치명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장의 절박함은 커지고 있다. 한 외식업계 전문가는 "농산물 생산 기반을 지키는 추경안의 방향성은 올바르지만, 완성된 음식을 내놓는 외식 산업이 무너지면 결국 농산물의 최대 소비처가 사라지는 연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K-푸드의 경쟁력 유지와 침체된 내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외식업계를 겨냥한 B2B 전용 식재료 바우처나 한시적인 상업용 에너지 비용 지원 등 직접적인 보완책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균형 잡힌 산업 지원으로 이어져야 위기는 곧 체질 개선의 기회다. K-푸드 수출을 위해 72억 원의 바우처 예산이 편성된 것처럼, 국내에서 그 뿌리를 지탱하는 외식 산업 생태계에 대한 핀셋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 농가의 씨앗이 셰프의 주방을 거쳐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느 한 곳이라도 고립되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의 세밀한 추가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Cook&Chef /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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