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대신 애피타이저’ 고물가 시대 애피타이저 선택하는 소비자들

김세온 기자

cnc02@hnf.or.kr | 2025-12-17 16:10:33

애피타이저 주문량 증가 '애피타이저 경제' 신조어도 등장

[Cook&Chef = 김세온 기자] 최근 고물가 시대가 고착화되며 ‘애피타이저 경제(Appetizer economy)’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미국 매체 CNBC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외식에 나서고는 있지만, 식당에서의 선택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의 메인 요리 대신 저렴한 애피타이저를 더 많이 주문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애피타이저 경제(Appetizer economy)’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는 것이다.

푸드 서비스 공급망 데이터 기업 바이어스엣지(Buyers Edge)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레스토랑에서 애피타이저 주문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반면 메인 요리와 디저트 주문은 정체되거나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모짜렐라 스틱(+36%), 피클 칩(+35%), 치즈 커드(+33%), 할라피뇨 파퍼(+20%) 등 일부 인기 애피타이저 품목은 30% 이상 급증했다.

바이어스엣지의 짐 파자네즈 글로벌 전략 조달 총괄 부사장은 “외식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지만,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을 의식해 주문을 조정하고 있다”며 “메뉴 단위에서 변화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외식 환경을 ‘애피타이저 경제’라고 규정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식품 물가를 꼽을 수 있다. 미국 내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식료품 가격은 전년 대비 3.1% 상승했으며, 육류·가금류·생선·계란 가격은 5.2%나 뛰었다. 외식 물가는 이보다 더 높아, ‘식당 음식(food away from home)’ 물가는 3.7%, 풀서비스 레스토랑은 4.2% 상승했다.

물가 부담은 소비자 계층 간 소비 패턴을 더욱 양극화하고 있다. 이른바 ‘K자형 경제’ 속에서 고소득층은 여전히 지출을 이어가는 반면, 다수의 소비자는 지출을 줄이고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푸드 인스티튜트(Food Institute)의 브라이언 최 CEO는 “상위 10% 소비자는 새로운 제품과 프리미엄 상품에 지출을 늘리고 있지만, 대다수 소비자는 내셔널 브랜드 대신 자체상표(PL)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레스토랑과 유통업계 전반에서도 감지된다. 애피타이저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프로모션과의 연계성이다. 

파자네즈 부사장은 “애피타이저는 할인 행사나 음료 프로모션과 묶이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입장에서 부담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레스토랑 입장에서도 냉동 또는 상온 보관이 가능한 애피타이저는 수요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재고 관리와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

한편, 외식뿐 아니라 가정 내 식품 소비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알버트슨, 코스트코, 크로거 등 주요 유통사들은 자체 브랜드 비중을 확대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5달러 이하 상품을 중심으로 한 자체 식료품 브랜드를 선보였다. 푸드 인스티튜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자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크게 개선돼 현재는 내셔널 브랜드와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와 공급망 문제, 기후 영향 등 구조적인 요인이 얽혀 있어 가격 안정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필 카파라키스 국제식품유통협회(IFMA) CEO는 “식품 공급망은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인하도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1월 식품물가지수는 127.1(2020년=100)로, 5년 전보다 27.1% 상승했다. 부추(89.8%), 소금(76.4%), 식용유(60.9%), 김(54.8%), 참기름(51.9%), 시금치(47.7%), 오이(46.4%), 달걀(44.3%), 상추(42.1%), 마늘(39.5%) 등 요리에 사용하는 재료 가격이 많이 올랐다. 

외식 메뉴 중에서는 국수(54.0%), 김밥(39.9%), 빵(38.7%), 떡볶이(36.3%), 자장면(36.1%) 등이 크게 올랐다. 여기에 고환율에 따른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 임대료 부담으로 수입 원재료에 의존하는 식품‧외식산업의 경우 가격 상승의 여지는 남아 있다. 

결국 고물가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은 ‘외식을 포기하는 대신, 덜 비싸게 즐기는 방법’을 선택하는 흐름은 국내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메인 요리 대신 애피타이저를 고르고, 브랜드 대신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움직임은 당분간 외식 산업 전반의 메뉴 구성과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Cook&Chef / 김세온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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