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셰프 리포트] 사미 베나베드, 작은 마을에서 피워낸 미슐랭의 별
허우주 기자
cnc02@hnf.or.kr | 2026-06-09 17:42:19
지역 생산자와 함께 만든 지속 가능한 미식, 미슐랭 1스타와 그린 스타 획득
“남을 만족시키기 위해 변하지 않겠다”라는 젊은 셰프의 신념
사진 = samy.benabed 인스타그램
[Cook&Chef = 허우주 기자] 캐나다 퀘벡주 모리시 지역의 작은 마을 생마티외뒤파르크. 인구 1,500명 남짓한 이곳에 자리한 24석 규모의 레스토랑이 최근 북미 미식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베르주 생 마티외(Auberge Saint-Mathieu)가 2026년 미슐랭 가이드 퀘벡 편에서 미슐랭 1스타를 획득한 데 이어 지속가능성을 인정받는 그린 스타까지 유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 중심에는 셰프이자 공동 소유주인 사미 베나베드가 있다.
자연을 읽고 계절을 요리하는 셰프
모로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철학을 공부했고,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성장했다. 몬트리올의 여러 레스토랑을 거쳐 덴마크 코펜하겐의 유명 레스토랑 렐레(Relæ)에서 일하며 자신만의 시각을 다듬었다.
그는 북유럽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특정 장르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대신 주변 자연에서 답을 찾는다. 숲에서 채집한 버섯과 허브, 지역 농부들이 재배한 채소, 계절마다 달라지는 야생 식재료가 요리의 출발점이다.
사미 베나베드는 요리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자연과 인간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그는 식재료를 바라볼 때도 생산량이나 가격보다 생태와 계절의 흐름을 먼저 고려한다. 매우 추운 퀘백의 겨울에 적응하며 그는 발효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식재료를 보존하기 위해 젖산에 발효하는 방식을 택했다. 주변에서 나는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겨울은 쉽지 않은 계절이지만 오히려 그에게는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된다.
지역에서 찾은 세계적인 경쟁력
오베르주 생 마티외의 성공은 화려한 기술이나 값비싼 식재료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역성과 공동체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경쟁력이 됐다. 레스토랑의 바로 옆 건물에는 야나 라로즈 셰프가 운영하는 캐주얼 비스트로가 있다. 두 주방은 때때로 식재료를 공유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북극송어 요리다. 고급 부위는 코스 요리 메뉴에 사용하고, 남은 부위는 비스트로 주방으로 보내 파스타 속 재료로 재탄생시킨다. 고급 레스토랑과 비스트로가 협력하면서 낭비되는 재료는 아무것도 없다.
이 같은 철학은 미슐랭 그린 스타 수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에게 지속가능성은 특별한 전략이 아니다. 그는 퀘벡의 좋은 레스토랑들은 지역 식재료를 애용한다며 그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라고 설명한다.
생산자들과의 관계 역시 단순한 거래가 아니다. 씨앗과 날씨, 수확 시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함께 고민하는 친구에 가깝다. 그는 식재료를 만든 사람을 알게 되면 그 재료를 다루는 태도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양젖 요거트와 야생 양파꽃을 곁들인 도넛. 함께 제공되는 생테티엔뒤그레산 아스파라거스 수프. 사진 = auberge.saintmathieu 인스타그램
요리로 전하는 감정과 메시지
사미 베나베드의 요리는 복잡한 장식보다 재료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숯불에 구운 채소, 발효 양배추, 가리비 크루도, 야생 허브 등은 화려하지 않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는 손님들이 음식을 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순간 크게 감동한다. 자신의 요리가 누군가의 기억과 감정을 움직였다는 사실에서 요식업 분야의 탁월성을 확인받기 때문이다.
그의 레스토랑은 무알코올 음료 라인업을 선보이며 발효와 음료 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알프스산 딸기 리큐어, 엘더베리, 대황 주스 등을 활용한 페어링 음료는 음식과 마찬가지로 지역의 풍경을 담아낸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 레스토랑의 힘
작은 농촌 마을에서 인재를 육성해 온 과정은 오베르주 생 마티외의 강점이다. 대도시처럼 숙련된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없는 환경에서 그는 마을 청소년들을 직접 교육했다. 17~18세에 일을 시작한 직원들이 이제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인력으로 성장했다.
주방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막심 기예메트, 서비스와 운영을 책임지는 에티엔 프뤼돔, 그리고 동료 셰프 야나 라로즈까지. 이들은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함께 레스토랑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동반자들이다.
레스토랑을 찾은 손님들은 요리뿐 아니라 편안한 분위기와 진심 어린 환대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셰프와 지배인이 로비에서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젊은 서버들이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은 이곳의 중요한 정체성이다.
오베르주 생 마티외를 이끄는 4인. 사진 = auberge.saintmathieu 인스타그램
별을 얻어도 변하지 않는 가치
미슐랭 1스타와 그린 스타, 퀘벡 올해의 젊은 셰프, 미슐랭 영 셰프 어워드 수상까지. 최근 사미 베나베드에게 쏟아진 관심은 엄청나다. 발표 직후 레스토랑에는 수백 건의 예약 문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그는 지금이 목표의 완성이 아니라고 말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믿는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남을 만족시키기 위해 변하지 않겠다는 그의 말은 현재 오베르주 생 마티외가 추구하는 방향을 잘 보여준다.
앞으로도 그는 지역 생산자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계절과 자연을 반영한 메뉴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지속 가능한 미식 문화를 더욱 발전시키며 퀘백 지역의 식재료와 이야기를 세계에 알리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인구 1,500명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사미 베나베드의 도전은 이제 퀘벡을 넘어 캐나다 미식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가 품은 가장 큰 야망은 더 많은 별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땅의 이야기를 한 접시의 음식으로 꾸준히 들려주는 일이다.
Cook&Chef / 허우주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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