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수산물 물가 안정, 중앙·지방의 입체적 정책 공조
오요리 기자
cnc02@hnf.or.kr | 2026-02-10 23:10:42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오요리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우려가 커지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명절 특수는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기회인 동시에, 단기적 수요 급증으로 인한 가격 불안정성을 내포한다. 이에 중앙정부는 거시적 수급 조절에, 지방정부는 지역 특화 소비 촉진책을 펼치는 입체적 공조 체계가 가동됐다.
해양수산부는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단계를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로서 공급 안정에 주력한다. 반면 충청남도, 전라남도 등 지자체는 전통시장과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각 채널을 통해 소비자의 실질적 구매 부담을 완화하는 현장 정책을 집행한다. 이는 단순 가격 통제를 넘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된 다층적 접근 방식으로 평가된다.
이번 설 명절 대책은 단기 물가 대응을 넘어 수산물 유통 구조와 소비 패턴 변화를 유도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전통시장 활성화와 온라인 판로 개척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이 시장에 미칠 실효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설 명절은 연중 수산물 수요가 가장 집중되는 시기 중 하나다. 차례상에 오르는 조기, 명태(북어포)를 비롯해 선물용 굴비, 전복 등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는 어가와 수산업계에는 연간 매출을 좌우하는 대목이지만, 소비자에게는 가계 지출 부담이 가중되는 시기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명절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수산물 가격은 어획량 변동, 유류비 등 생산 비용, 복잡한 유통 단계 등 다양한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이 명절 수요와 맞물려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정부의 개입은 이러한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수급 불안이 예상되는 품목을 사전에 파악하고 공급량을 조절해 가격 급등을 억제하는 것이다. 동시에 소비자에 대한 직접 재정 지원으로 위축될 수 있는 소비 심리를 진작시켜 생산자의 소득 안정을 꾀하는 이중 목표를 가진다.
결국 설 명절 수산물 정책은 물가 안정이라는 ‘방어’와 소비 촉진이라는 ‘공격’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경제 전략이다. 중앙정부의 거시 정책과 지방정부의 미시적 실행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계되느냐가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다.
해양수산부는 설 민생안정대책의 핵심 주체로서 공급 조절을 통한 시장 안정화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9일 김성범 해양수산부 장관 직무대행 주재로 열린 '수산물 수급·물가 TF 회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이 회의는 유통 단계를 넘어 생산, 수출입, 소비까지 전 과정을 점검하며 가격 영향 요소를 종합 분석했다.
해수부의 핵심 정책은 '비축수산물 방출'과 '대한민국 수산대전'이다. 우선, 정부 비축물량 1만 3천 톤을 시장에 공급한다. 정부 비축 제도는 평시에 주요 수산물을 수매·비축했다가 가격 급등 시 방출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제도다. 이는 수요가 급증하는 명절 기간에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왜곡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다.
두 번째는 대규모 할인 행사다. '대한민국 수산대전-설 특별전'을 통해 마트, 온라인몰 등에서 수산물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정부가 유통업체와 협력해 할인액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을 직접적으로 낮춘다. 공급량 조절이 간접적 시장 관리라면, 할인전은 소비자에게 직접 혜택을 제공하는 적극적 수요 관리 정책이다.
김 장관 직무대행이 "민생과 직결된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부처 전체가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수산물 가격이 단순 경제 지표를 넘어 국민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방증한다. 중앙정부의 역할은 이처럼 거시적 관점에서 시장의 큰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설정한 정책 기조는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구체적인 현장 프로그램으로 구현된다. 특히 전통시장 활성화는 정부 정책의 중요한 축이다. 충청남도와 전라남도는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통해 전통시장으로 소비자의 발길을 유도하는 전략을 택했다.
충청남도는 10일부터 14일까지 7개 시군 12개 전통시장에서 환급행사를 실시한다. 소비자가 행사 참여 시장에서 국내산 수산물을 구매하면 구매 금액의 최대 3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한다. 1인당 한도는 2만 원으로, 3만 4천 원 이상 구매 시 1만 원, 6만 7천 원 이상 구매 시 2만 원을 지급하는 구체적 기준을 마련했다. 천안시농수산물도매시장, 보령 대천항수산시장 등이 참여한다.
이동유 충남도 해양수산국장은 "이번 행사가 도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완화하고, 전통시장과 수산물 소비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책 목표가 단순 판매 증대를 넘어, 대형 유통 채널에 밀린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있음을 시사한다. 소비자는 할인 혜택을, 상인은 매출 증대를 기대하는 상생 구조다.
전라남도 역시 10개 전통시장에서 동일한 방식의 환급행사를 추진한다. 이는 해수부의 전국 단위 정책이 지역별로 착실히 이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환급행사는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을 기반으로 지방정부가 실행 주체가 되어 지역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상향식-하향식 협력 모델의 전형이다.
전라남도의 수산물 소비 촉진책은 전통시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전남도는 자체 온라인 쇼핑몰 '남도장터'를 활용한 기획전을 병행하며 정책의 외연을 확장했다. 이는 전통적 오프라인 채널과 새로운 온라인 채널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이다.
남도장터에서는 어가에서 직접 생산한 전복과 민물장어에 20~30% 할인 쿠폰을 발행한다. 소비자가 신선한 지역 특산물을 합리적 가격에 주문하고 배송받는 경로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1월 30일에는 초벌 민물장어를 온라인 커머스 방송으로 30% 할인 판매해 준비 물량을 모두 소진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온라인 전략은 여러 함의를 가진다. 첫째, 생산자에게 새로운 판로를 제공해 유통 단계를 축소하고 소득 증대에 직접 기여한다. 손영곤 전남도 수산유통가공과장이 "어가와 수산업계의 부담을 덜겠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실제로 전남도는 지난해 온·오프라인 판매 지원으로 총 246톤의 수산물 판매를 달성한 바 있다.
둘째, 변화된 소비 패턴에 부응한다.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은 더 넓은 소비자층에 접근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다. 전통시장 환급행사가 특정 지역의 물리적 방문을 전제하는 반면, 온라인 기획전은 전국 어디서든 참여가 가능해 정책 수혜 범위를 지리적 한계 너머로 확장시킨다.
정부와 지자체의 설 맞이 수산물 정책은 각기 다른 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며, 그 효과 또한 다르게 나타난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의 '대한민국 수산대전'은 가격 민감도와 접근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겨냥한다. 최대 50%라는 할인율은 구매 결정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유인책이다.
반면 전통시장의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는 더 복합적인 효과를 노린다. 단순 가격 할인을 넘어 '온누리상품권'이라는 매개로 추가 소비를 유도한다. 환급받은 상품권은 해당 시장 내 다른 점포에서도 사용 가능해, 수산물 소비가 타 품목 소비로 이어지는 '낙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영수증을 챙겨 환급소까지 방문해야 하는 절차는 일부 소비자에게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라남도의 '남도장터' 온라인 할인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모델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복잡한 중간 유통 과정을 생략해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저렴하게 구매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특히 전복, 민물장어 등 지역 대표 고부가가치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지역 특화 산업 육성 효과도 가진다.
결국 이번 설 대책은 소비자가 자신의 소비 성향과 편의에 따라 혜택을 선택하도록 설계된 '맞춤형 정책 포트폴리오'다. 대형마트, 전통시장, 온라인몰이라는 각 유통 채널의 특성을 고려해 최적화된 지원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설 명절을 겨냥한 단기 부양책은 당장의 물가 안정과 소비 진작에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각이 요구된다. 현재 수산업계는 유류비와 인건비 상승, 어족자원 고갈, 기후변화로 인한 어장 환경 변화 등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단기 재정 지원을 넘어, 수산물 유통 구조의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처럼 노후화된 산지 위판 시설을 개선하고, 위생적인 저온 유통 체계(콜드체인)를 확립하는 것은 유통 비용 절감과 상품 가치 제고의 핵심 과제다.
또한 전남 사례처럼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온라인 D2C(Direct to Consumer) 플랫폼 활성화는 유통 구조 혁신의 중요한 방향이다. 이는 생산자의 교섭력을 높이고, 소비자는 생산 이력을 투명하게 확인해 신뢰 기반의 새로운 소비 문화를 창출할 수 있다.
이번 설에 가동된 해수부 '수급·물가 TF'는 일시적 조직이 아닌, 상시 데이터 기반 시장 분석 시스템으로 발전해야 한다. 생산, 유통, 소비 전 단계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예측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출 때, 명절마다 반복되는 '물가와의 전쟁'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수산물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Cook&Chef / 오요리 기자 cnc02@hnf.or.kr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