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한 개에서 골목 식당까지, 이재명 100일 민생 실험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09-10 14:54:55
[Cook&Chef = 이경엽 기자] 내일(11일)이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는다. 지난 2025년 6월 4일 취임 후 석 달 남짓한 시간 동안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단어는 단연 ‘민생’이었다. 그는 장바구니 물가를 언급할 때마다 ‘체감’이라는 단어를 빼놓지 않았고, 외식과 시장 방문을 통해 소비 진작을 직접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100일의 궤적을 식품과 외식 산업의 관점에서 짚어보면 크게 세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장바구니 물가 안정, 외식·소비 촉진, 그리고 소상공인·지역경제 연계다.
첫 번째 갈래는 장바구니 물가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6월 초부터 식료품 가격을 문제 삼았다. 특히 라면 값이 2000원에 육박한다는 보도를 두고 “라면 하나 가격이 이렇게 오른 게 사실이냐”라고 직접 확인을 요구했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생활 물가 전반에 대한 정부의 대응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신호탄이었다. 라면은 서민의 대표적인 한 끼이고, 가격이 오르면 물가 상승에 대한 체감도가 훨씬 높아진다. 실제로 라면 가격 논란 직후 식품업계를 상대로 한 정부 간담회가 이어졌고, 가격 안정화 대책을 서둘러 내놓는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 9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같은 맥락이 이어졌다. 그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체감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유통 구조 개혁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OECD 평균보다 약 50% 높은 우리나라 식료품 가격 수준을 지적하며, 단기 대책이 아닌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결국 이 대통령이 겨냥한 건 물가 자체보다 그것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유통 과정에서 불합리하게 쌓이는 마진, 독과점적 거래 구조, 효율성을 해치는 단계들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두 번째 갈래는 외식과 소비 촉진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6월 말, 용산 대통령실 인근의 대구탕집을 깜짝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골목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라는 말을 남겼다. 추상적인 경제 지표가 아니라, 서민의 골목 식당과 시장이 살아야 체감 경기 회복이 가능하다는 메시지였다. 이후에도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외식을 직접 실천했다.
7월 11일에는 “오늘은 금요일, 저도 오랜만에 외식을 하려 한다”는 글을 SNS에 남겼다. 이어서 “국민들의 한 끼 외식이 자영업자에게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곧바로 화제가 되었고, 실제로 대통령이 직원들과 함께 외식 자리에 나선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그 자리에서 그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을 직접 따라주며 친근한 모습을 연출했다. 정치적 연출이라는 해석을 떠나, 대통령이 ‘외식 촉진’이라는 메시지를 몸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후에도 같은 기조는 이어졌다. “소비 진작을 위해 저부터 외식을 많이 하겠다”는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일종의 행동 지침으로 작용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행동으로도 메시지를 강화한 셈이다. 외식 한 끼를 통해 골목 상권을 응원해 달라는 당부는 ‘민생’이라는 키워드와 맞닿아 있다.
세 번째 갈래는 소상공인과 지역경제다. 이 대통령은 각종 회의에서 내수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강조했다. 특히 소상공인의 체감 경기를 높이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요구했다. 단순히 소비자 할인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다. 실제로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소상공인·중소기업에 역대 최대 규모인 43조 2000억 원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전통시장 상인에게는 성수품 구매 대금 50억 원을 저리 대출해 점포당 최대 1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이는 명절 특수 매출을 노리는 상인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긴급 조치다.
또한 소비 쿠폰 정책과 연계해 숙박, 스포츠, 공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내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은 기존 15만 명에서 17만 명으로 확대됐고,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는 10조 원으로 늘어났다. 이런 조치들은 단기 소비 진작을 목표로 하지만, 동시에 지역 경제 생태계 전반의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100일은 이렇게 요약된다. 첫째, 장바구니 물가에 대한 민감한 문제 제기와 구조적 개혁 주문. 둘째, 외식을 직접 실천하며 소비 촉진을 몸소 보여준 상징적 행보. 셋째, 소상공인과 지역경제를 고려한 균형 잡힌 정책 주문이다. 이 세 가지 축은 모두 ‘민생 안정’이라는 공통 분모 위에서 움직인다.
하지만 비판적 시각도 있다. 추석을 앞두고 성수품을 17만 톤 공급하고, 최대 50% 할인 혜택을 주는 단기 조치는 분명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런 대책이 끝난 이후 가격이 다시 반등할 경우 ‘풍선 효과’만 키울 수 있다. 특히 배추·무 같은 채소류는 기상 변수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크다. 또한 각종 쿠폰 정책은 실제 현장에서 사용 제약이 많아 체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반복된다.
외식업계 역시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대통령이 소맥을 직접 따라주며 외식을 독려한 장면이 상징성은 가질 수 있지만, 자영업자들이 진짜로 원하는 건 장기적 원가 안정과 고용 안정이다. 결국 일회성 지원을 넘어서는 체질 개선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의 100일은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단순히 거시경제 지표에 매몰되지 않고, 서민의 밥상과 골목 식당에서 민생을 바라보려 했다는 점이다. 장바구니 물가, 외식 한 끼, 시장의 소상공인이라는 키워드는 결국 민생을 체감하는 가장 직접적인 현장이다.
취임 100일은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그간의 메시지를 통해 드러난 건 대통령이 앞으로의 국정 운영에서 ‘민생과 식탁을 잇는 정책’을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이제 과제는 그것을 단기 처방에서 중장기 전략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유통 구조 개혁, 소상공인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 안정은 가능해진다.
100일의 궤적은 이제 출발선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대로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성과가 현실에서 얼마나 구현될지는 앞으로의 시간에 달려 있다. 추석 밥상 물가 안정 대책이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지 않고, 한국 외식업과 식품 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