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첫 맛, 도루묵이 오는 계절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1-03 17:41:51

11~12월 알이 차오른 동해의 겨울 선물
혈관·뼈·다이어트까지 한 번에 해결
사진 =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채연 기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동해안의 바다는 분주해진다. 유난히 작은 생선 하나가 어판장에 제철을 알리며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한때 임금의 밥상에 올랐다가 다시 ‘말짱 도루묵’으로 돌아온 생선, 바로 도루묵이다. 겉모습은 소박하지만, 제철에 먹는 도루묵은 단단한 살과 탱탱한 알로 겨울 식탁의 첫 번째 이야기를 열어준다.

도루묵의 진짜 맛은 늦가을부터 초겨울, 특히 11월에 찾아온다. 산란을 앞두고 몸속에 영양을 가득 채우는 시기라 단백질과 좋은 지방이 풍부해지고, 알이 꽉 차 오르며 식감도 탱탱하다. 차가운 동해의 바람이 불수록 살은 더 단단해지고 비린내는 줄어든다. 이때 잡은 도루묵은 소금만 살짝 뿌려 구워도 담백하고 고소하다. 겨울이 깊어지면 알이 빠지고 살이 푸석해지기 때문에 “도루묵은 초겨울에 먹는 생선”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작지만 묵직한 영양, 도루묵 한 마리의 힘

도루묵은 작은 몸집에 비해 영양은 꽉 차 있다. 100g당 단백질이 약 18g 들어 있고 지방은 3g 안팎으로 적다. 대신 그 지방의 대부분이 오메가-3 지방산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겨울철 혈압이 쉽게 오르거나 심혈관 질환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 좋은 생선이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동맥경화와 고혈압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도루묵은 뼈가 부드러워 통째로 먹을 수 있다. 칼슘과 인, 비타민 D가 풍부해 뼈 건강에 좋고, 성장기 어린이와 칼슘이 부족하기 쉬운 중장년 여성, 골다공증이 걱정되는 어르신까지 모두에게 이로운 생선이다. 햇빛을 보기 어려운 겨울, 음식으로 비타민 D를 보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제철 도루묵의 핵심은 역시 알이다. 단백질과 인지질이 풍부해 간 기능을 돕고 피로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알을 익혔을 때 터지는 식감이 좋아 조림으로 즐기지만, 너무 짜게 조리하면 영양 손실이 생기므로 간을 약하게 하는 것이 좋다.

열량이 낮고 단백질이 많아 다이어트에도 적합하다. 100g당 130~150kcal 정도로 부담이 없고, 포만감이 오래가 식단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기름이 거의 없어 소화가 잘 되고 속이 편한 것도 도루묵의 장점이다.

구워도, 졸여도, 끓여도… 겨울이 담긴 맛

도루묵은 손이 많이 가지 않아 더욱 매력적이다. 내장을 정리한 뒤 굵은소금을 뿌려 중불에서 천천히 구우면 껍질이 터지며 알이 보일 때가 가장 맛있다. 무를 깔고 간장, 고춧가루, 마늘, 생강을 넣어 졸이면 양념이 알에 스며들어 밥도둑이 된다. 무와 파, 마늘을 넣어 끓인 맑은 도루묵국은 시원하고 개운해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용으로도 사랑받는다.

단, 알이 꽉 찬 도루묵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위가 부담될 수 있으므로 하루 2~3마리 정도가 적당하다. 구입할 때는 눈이 맑고, 손으로 눌렀을 때 살이 다시 올라오는 탄력 있는 것을 고르고, 냉장 보관 시 1~2일 안에 조리하는 것이 좋다. 오래 두려면 내장을 제거해 냉동하는 것이 안전하다.

“아무 소득이 없는 헛된 일이나 헛수고를 속되게 이르는 말”인 ‘말짱 도루묵’의 말뜻과는 달리 도루묵의 영양은 전혀 헛되지 않다. 오메가-3, 칼슘, 비타민 D, 단백질이 한데 담겨 있는 데다, 겨울철에도 소화가 잘 되는 몇 안 되는 생선이다. 복잡한 보양식을 찾지 않아도 초겨울 도루묵 한 마리면 혈관도 챙기고 뼈도 챙길 수 있다.

이 계절, 바다가 내어주는 소박한 선물 한 접시로 따뜻한 겨울 밥상을 시작해보자.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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