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영양제 대신 '애호박'을 자주 먹었더니 일어난 몸의 변화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17 15:55:54

비타민 A ‘레티놀’은 보충제보다 음식으로
부기·혈당·체중 관리까지 돕는 애호박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애호박은 된장찌개에 들어가면 국물에 녹고, 전으로 부치면 고소함 뒤에 숨어버린다. 밥상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냉장고에 애호박이 없으면 밥상이 허전하다. 요즘 건강 식재료를 찾는 사람들이 애호박을 다시 찾는 이유도 바로 그 점에서 시작된다. 특별히 거창한 건강식이 아니라, 매일의 식사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식으로 ‘꾸준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애호박의 핵심은 비타민 A다. 피부와 점막이 촉촉하고 탄탄하게 유지되는 데 비타민 A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족해지면 피부가 거칠어지고 건조해지며, 눈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레티놀(비타민 A) 보충제를 떠올리지만, 이 지점에서 애호박의 장점이 선명해진다. 비타민 A를 ‘음식에서’ 얻는 방식은 과잉 섭취에 대한 부담이 훨씬 낮기 때문이다.

보충제의 레티놀, 음식의 카로틴…애호박이 안전한 이유

비타민 A는 성격이 조금 까다롭다. 물에 잘 녹는 비타민과 달리 지방에 녹는 지용성이라 몸에 축적되기 쉽다. 그래서 보충제를 무심코 과하게 먹으면 두통, 메스꺼움, 피부 건조, 탈모처럼 불편한 신호가 나타날 수 있고, 특히 임신 중이라면 더 엄격하게 조심해야 한다. 간 기능이 좋지 않거나 음주가 잦은 사람에게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애호박이 ‘안전한 레티놀 공급원’으로 불리는 이유는, 애호박에 들어 있는 성분이 레티놀 그 자체가 아니라 카로틴(카로티노이드) 계열이기 때문이다. 몸은 필요에 따라 카로틴을 레티놀로 전환해 쓰는데, 이 방식은 상대적으로 과잉 축적 위험이 낮다. 즉, 애호박을 밥상에 자주 올리는 습관은 “필요한 만큼만” 비타민 A를 챙기는 방법이다. 영양제를 먹을 때처럼 ‘용량’을 계산하며 긴장할 필요가 적고, 식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누적된다.

피부가 먼저 반응하고, 다음은 ‘가벼움’이다

애호박을 꾸준히 먹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 변화로 ‘피부 컨디션’을 말한다. 비타민 A는 피부 표면의 건조함을 줄이고, 점막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관여한다. 여기에 애호박이 가진 수분감 있는 식감, 부담 없는 소화감이 더해지면, 자극적인 음식으로 지친 몸이 잠시 숨을 돌릴 여지가 생긴다. 속이 편해야 피부도 편해진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체중과 관련해서도 애호박은 꽤 실용적이다. 달큰하고 부드러운 맛이 있지만 열량 부담은 크지 않고, 씹는 과정이 필요해 ‘식사 속도’를 늦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애호박은 조리 방식에 따라 식탁 전체를 가볍게 만든다. 기름에 바삭하게 튀기는 대신, 찌개·국·나물·찜처럼 담백한 형태로 자주 섭취하면 자연스럽게 나트륨과 당류, 과한 기름 섭취를 줄이는 방향으로 식습관이 정리된다. 혈당 조절이나 체중 관리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애호박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소화 측면에서도 애호박은 장점이 있다. 부드럽고 흡수가 편한 편이라, 속이 예민한 사람이나 회복기 식단에도 무리가 덜하다. 다만 어떤 식재료든 ‘과유불급’은 존재한다. 한 가지 채소에만 기대기보다, 밥상 전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건강법이다.

애호박을 ‘건강식’으로 만드는 원칙

애호박은 요리 스펙트럼이 넓다. 호박나물, 전, 찌개, 찜, 선, 지짐이, 고명까지. 다만 건강 식재료의 가치는 늘 조리법에서 갈린다. 애호박이 가진 장점을 살리려면 원칙은 단순하다. 설탕은 줄이고, 소금은 적게.

애호박은 자체 단맛이 있어 강한 양념이 없어도 충분히 맛이 산다. 간을 세게 하면 애호박의 ‘가벼움’ 대신, 나트륨과 당류의 무게가 식탁을 차지한다. 호박전처럼 기름이 필요한 메뉴라면, 두께를 얇게 하고 불을 낮춰 천천히 익히는 편이 좋다. 기름을 많이 먹지 않으면서도 식감은 살아난다.

좋은 애호박은 눈으로도 구분이 된다. 양쪽 굵기가 크게 다르지 않고, 표면이 매끈하며 연녹색이 또렷한 편이 신선하다. 살이 탄탄해 보이고 은근한 광택이 돌면 더 좋다.

보관은 의외로 간단하다. 애호박은 통째로 오래 두기엔 까다로운 편이지만, 썰어서 데친 뒤 급속 냉동하면 활용도가 높아진다. 볶음, 국, 찌개 어디든 바로 넣을 수 있어 “바쁠수록 건강하게 먹기”가 가능해진다. 손질하지 않은 상태라면 신문지로 감싸 냉장 보관하는 방식이 무난하다.

애호박은 대단한 슈퍼푸드처럼 자기소개를 하지 않는다. 대신 밥상에서 조용히 역할을 한다. 피부가 건조해질 때, 식사가 무거워질 때, ‘몸이 불편함을 말하기 전에’ 한 번쯤 식탁을 가볍게 정돈해 주는 채소다. 영양제 한 알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매일의 식사로 몸을 다독이는 방식에 가까워서 더 오래 간다. 그리고 그 꾸준함이야말로, 요즘 우리가 찾는 가장 현실적인 건강의 모양일지 모른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