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차려낸 푸른 식탁, 고양시에 열무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06-04 11:01:54
[Cook&Chef = 이경엽 기자] 여름이 오면 식욕은 줄고, 음식은 가벼워져야 한다. 그럴 때 유독 생각나는 재료가 있다. 줄기는 아삭하고 잎은 부드럽고, 씹을수록 시원한 풀내음이 감도는 채소, 바로 ‘열무’다. 열무는 봄과 여름 사이, 5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가 가장 맛있을 때다. 특히 6월 초순, 지금이야말로 제철 열무가 풍미의 정점에 이르는 시기다.
‘여름의 입맛을 깨우는 푸른 채소’
열무는 단지 김치 재료로만 머무는 채소가 아니다. 수분이 90% 이상을 차지해 더위에 지친 몸의 갈증을 해소하고, 피부와 면역력 개선에 효과적인 비타민 C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게다가 칼로리는 낮고 식이섬유는 많아 다이어트나 건강식으로도 제격이다.
무엇보다 열무는 ‘즉석 김치’의 대표격이다. 배추김치처럼 묵히지 않고, 신선한 채소 그대로 절여 바로 먹는 것이 열무김치의 매력이다. 익을수록 시원한 감칠맛을 내는 열무김치는 물김치 형태로도, 비빔국수나 보리비빔밥 위에 얹어도 훌륭한 여름 별미가 된다. 이처럼 열무는 ‘발효보다는 생기’를 담은 김치로, 계절감 있는 한식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전통 밥상은 계절을 따라 변화해왔다. 겨울엔 절인 배추를 땅속에 묻어두고 긴 시간 발효해 먹었다면, 여름엔 바로 뽑아낸 열무로 입맛을 살렸다. 이는 단순한 조리 방식의 차이를 넘어, ‘자연의 순환에 맞춰 먹는 지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열무로 여는 여름의 맛’, 고양 안산공원에서 열리는 지역 음식축제
이런 열무의 제철성과 음식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고양특례시가 팔을 걷어붙였다. 고양시는 오는 6월 1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산동구 안산공원 일원에서 ‘제1회 고양시 일산열무 음식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축제는 고양시의 대표 농산물 중 하나인 ‘일산 열무’를 중심으로, 다양한 열무 요리를 소개하고 인근 백석 음식문화 특화거리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슬로건은 “열무로 여는 여름의 맛, 아삭아삭 알싸한 맛!”이다.
행사 현장에서는 ▲열무국수 무료 시식 ▲전통 방식 열무김치 담그기 체험이 운영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담그고 체험하며 배우는 음식문화’가 펼쳐지는 것이다. 백석12블럭 상인회가 직접 참여해 음식을 제공하고, 방문객에게 열무 본연의 맛과 다양성을 소개할 예정이다.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콘텐츠도 풍성하다. 열무잎을 활용한 천연염색 체험, 열무 그림 티셔츠 만들기 등 아이들이 직접 오감을 사용해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이는 먹거리 축제에 ‘놀이’와 ‘창작’의 개념을 더한 구성으로, 가족 모두에게 의미 있는 하루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에는 고양 출신 인기 유튜버가 직접 참여해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축제의 분위기를 전국에 생중계한다. 여기에 고양시립합창단 공연, 초청 가수 무대, 댄스 퍼포먼스 등 다양한 문화 공연도 예정되어 있어, 단순한 시식행사를 넘어 문화와 지역경제가 어우러진 도시형 음식축제로 거듭날 전망이다.
더불어 축제가 열리는 안산공원 인근 ‘백석 흰돌마을타운 음식문화 특화거리’ 내 음식점들은 열무를 활용한 여름철 메뉴를 자체 개발하여 선보인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행사를 넘어, 지역 상권과 농산물의 연계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식 콘텐츠를 구축하려는 시의 의지가 담겨 있다.
열무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채소이지만, 계절에 따라 가장 빛나는 순간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고양시가 마련한 일산열무 음식축제는 그런 ‘순간의 맛’을 나누는 자리다.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고 지역의 농산물과 문화를 함께 즐기는 자리. 올 여름, 가족과 함께 안산공원으로 나들이 겸 ‘푸른 밥상’을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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