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호박, 알고 보니 영양으로 똘똘 뭉쳤네!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0-29 19:29:39

붓기 잡고 속까지 데워주는 늙은 호박의 힘
자연이 만든 단맛으로 면역 챙기는 힐링 푸드
사진 = 픽사베이

[Cook&Chef = 송채연 기자] 10월의 상징이 된 주황색 호박. 서양에서는 핼러윈이 다가오면 거리마다 호박 속을 파내 만든 잭 오 랜턴(Jack-O’-Lantern)이 불빛을 밝히며 장식용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호박,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늙은 호박(청둥호박)’은 알고 보면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천연 보약이자, 가을과 겨울철 건강을 지켜주는 슈퍼푸드다.

완전히 익어야 얻을 수 있는 ‘진짜 영양’

늙은 호박은 여름철 호박을 그대로 두어 껍질이 단단히 익은 상태로 수확한 것이다. 숙성 기간이 길어질수록 당도가 높아지고 수분이 줄어들어 영양소가 더욱 농축된다. 이 때문에 늙은 호박은 일반 호박보다 단맛이 진하고 포만감이 크며, 베타카로틴·비타민A·비타민C·칼륨·식이섬유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한다.

특히 베타카로틴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세포 노화를 막고 면역력을 높인다. 또한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 조절에 효과적이고,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 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변비 개선에 도움을 준다.

산후 회복과 붓기 완화에 도움

한의학에서는 호박을 ‘남과(南瓜)’라 부르며, 습기와 노폐물을 배출해 붓기를 줄이는 식품으로 본다. 실제로 늙은 호박에는 이뇨 작용을 돕는 카로티노이드와 칼륨이 풍부해, 산후 부기나 장시간 서 있은 뒤 부은 다리 붓기 완화에 효과적이다.

이 덕분에 옛부터 산모의 회복식이나 병중 환자의 보양식으로 호박죽이 자주 사용됐다. 단맛이 자연스럽고 위에 부담이 없어 소화가 잘되기 때문이다.

겨울철 속을 덥히는 ‘따뜻한 보약’

늙은 호박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위산을 중화시키고 위벽을 보호한다. 따뜻하게 조리한 호박죽은 위염, 소화불량, 식욕 저하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특히 좋다.

또한 호박의 노란색을 띠는 카로티노이드 색소는 피부와 점막을 보호하고, 겨울철 잦은 감기나 기관지염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몸이 쉽게 차거나 손발이 냉한 사람이라면 늙은 호박죽 한 그릇이 자연스러운 보온식이 된다.

다이어트와 피로 회복에도 탁월

늙은 호박은 100g당 약 30kcal로 낮은 칼로리 대비 포만감이 높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풍부한 펙틴 성분이 식후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하고, 체내 노폐물 배출을 도와 부종형 체질 개선에 도움을 준다.

게다가 천연 당분과 복합 탄수화물이 피로 회복을 돕고, 마그네슘과 아연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만들어준다.

씨와 껍질까지 버릴 것 없는 완전 식품

호박은 과육뿐 아니라 씨와 껍질까지 영양 덩어리다. 호박씨에는 불포화지방산과 아연, 비타민E가 풍부해 혈관 건강과 두뇌 기능 개선에 좋다. 꾸준히 섭취하면 스트레스 완화와 수면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껍질에는 항산화 성분이 집중돼 있으므로, 껍질째 찌거나 갈아 섭취하면 더 많은 영양을 얻을 수 있다.

자연이 만든 가을의 선물

미국의 항노화 전문가 스티븐 플랫 박사는 늙은 호박을 ‘14대 슈퍼푸드’ 중 하나로 꼽으며 “과육부터 씨까지 버릴 게 없는 완전 식품”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늙은 호박은 계절이 바뀌며 떨어지는 면역력을 보완하고, 소화기와 순환계를 동시에 돌보는 자연이 만든 가을의 선물이라 할 만하다.

장식용으로만 바라봤던 주황빛 호박이 사실은 우리의 몸을 지켜주는 천연 건강식품이라는 사실. 올 핼러윈엔 잭 오 랜턴 대신, 따뜻하게 끓인 늙은 호박죽 한 그릇으로 몸과 마음을 함께 채워보는 건 어떨까.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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