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맛집 / 석수시장 ‘지수네 감자탕’, “콩비지의 담백함에 정성이라는 조미료로 세월의 맛을 내다”

조용수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24-06-24 10:31:27

- 어머니의 노력과 희생, 그리고 정성이라는 양념을 넣어 한 그릇에 담아 내
- 국물도 부드럽고 고소하지만 고기도 잡내 없이 맛있고 잘 뜯겨

[Cook&Chef=조용수 기자] 감자탕은 돼지 등뼈를 장시간 푹 삶아 육수를 내고 뼈와 살이 잘 발라진 등뼈에 우거지와 감자, 깻잎, 고추, 파, 마늘 등 각종 야채에 들깻가루와 고춧가루를 넣고 끓여 걸쭉하고 얼큰한 맛이 나는 한국의 국물 요리이다.

감자탕의 어원은 감자를 넣었기 때문이라는 설과 돼지 등뼈에 든 척수를 ‘감자’라 한다는 데서 유래된 설이 있지만 확실한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하지만 감자탕은 삼겹살, 족발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외식 음식 중 하나이며, 애주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술안주인 것만은 확실하다.  

안양시 동안구 석수시장 내에 위치한 ‘지수네 감자탕’의 ‘콩비지 감자탕’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몇 손가락에 꼽히는 감자탕 맛집이다. 상호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식당 대부분은 음식에 대한 자존심과 자긍심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막내딸의 이름을 걸고 시작했다는 이집 역시 독특한 감자탕 요리로 안양 석수시장 인근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어머니의 숫자만큼 그 맛이 다르다’라는 말처럼 36년 전 이곳에서 처음 ‘지수에 감자탕’ 업소를 시작한 전경임 대표는 고향인 순천에서 어깨너머 배웠던 요리를 바탕으로 5남매의 생계를 위해 지인의 소개로 이곳에서 터를 잡아 장사를 시작했다.  

막내딸의 이름을 상호로 시작한 ‘지수네 감자탕’ 음식에는 정성과 세심함이 녹아있다. 돼지 등뼈의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이곳에서는 초벌로 돼지 등뼈를 한 번 삶아 핏물을 빼고, 고기의 지저분한 곳을 일일이 손으로 제거하는 정성을 아직까지 고수하고 있다.


“음식 맛의 비결은 정성입니다. 내 입에 들어갈 음식, 내 가족이 먹을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감자탕을 만들었습니다. 돼지 등뼈는 핏물을 잘 빼야만 고기 누린내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씻고, 더 깨끗하게 고기 손질을 잘해야 합니다. 정성이 없으면 제맛을 낼 수 없는 것이 감자탕 음식입니다.”

매운맛의 ‘콩비지 감자탕’과 심심한 맛의 ‘지리 감자탕’ 두 가지 메뉴로 운영하는 ‘지수네 감자탕’ 음식에는 담백함이 있다. 이곳 감자탕은 깨끗하게 손질된 돼지 등뼈에 감자, 고추, 파, 마늘 등 각종 야채에 돼지 등뼈를 삶은 육수를 붓고 끓인 후, 잘 불린 콩과 들깨를 즉석에서 믹서로 갈아 넣어 그 담백함과 고소함을 추가한다. 여기에 깻잎과 대파를 수북하게 넣어 마지막으로 감자탕의 향을 정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 시절 콩을 갈아 많은 음식을 해 먹었던 맛의 추억이 오늘의 ‘지수네 감자탕’을 성장시킨 ‘신의 한 수’이다.

감자탕 국물도 부드럽고 고소하지만 고기도 잡내 없이 맛있고 잘 뜯겨서 먹기에도 아주 편하다는 ‘지수네 감자탕’의 또 하나의 맛의 매력은 밑반찬으로 나오는 ‘갓김치’와 ‘동치미’이다. 정경임 대표의 대를 이어 셋째 딸인 이연옥 씨가 2대 사장으로 업장의 모든 밑반찬을 책임지고 있다.  

“학교 다닐 때는 감자탕이 싫었습니다. 언니들은 바쁜 엄마를 도우러 가게에 나갔지만, 저는 용돈 받은 경우 이외에는 가게에 간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힘들어하시는 엄마를 보고 식구 중 누군가는 대를 이어서 가게를 운영해야 할 것 같아 8년 전부터 제가 엄마를 도와가며 배우고 있습니다.”

깨끗하게 돼지 등뼈의 핏물을 제거하는 법, 시원한 육수를 만들기 위해 삶아서 기름기를 제거하는 법, 계절이 오면 갓과 제철 무를 사서 갓김치와 동치미를 담고 하는 일의 반복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었다는 이연옥 2대 사장의 표정에서 힘든 일을 즐기면서 하는 삶의 여유가 느껴진다.

“무거운 솥단지를 들다 보면 어깨와 손목이 무척이나 힘듭니다. 엄마는 연세가 있으셔서 힘든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꼬리뼈도 주저 않았고, 디스크도 생겼습니다. 심지어 복수에 물이 찰 정도까지 힘드셨을 텐데 저희에게 전혀 아프신 표현을 안 하셨습니다. 제가 직접 가게를 해보니 힘드셨지만, 자식들을 위해 희생해오신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한 번도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며 이곳 고객들은 대부분 오랜 시간 인연을 같이 해온 사람들이 대부분인 ‘지수네 감자탕’은 4인용 테이블 8개의 작은 식당이지만 깔끔하고 아담한 공간으로 실내 장식을 바꿨다. 다가올 여름철, 뜨거운 감자탕을 보다 쾌적하게 드시라고 에어컨 4대를 설치했다.

 

어머니 정경임 대표의 작품인 ‘콩비지 감자탕’을 더 많은사람들에게 맛 볼 수 있도록 직영점 개설을 준비 중이라는 2대 이연옥 대표는 가정에서 직접 손쉽게 끓여 먹을 수 있는 ‘콩비지 감자탕’의 밀키트 제품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라며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깊은 육수 맛에 부드러운 고기 식감에 향긋한 깻잎 내음과 콩을 갈아 넣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매력적인 ‘지수네 감자탕’은 5남매를 키우기 위한 어머니의 노력과 희생, 그리고 정성이라는 양념을 넣어 맛을 낸 정경임 대표의 세월의 결정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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