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영의 한식탐구]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있는가.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3-17 16:28:48

사찰의 식탁이 전하는 다섯 가지 성찰, 오관게 [사진=한국불교문화사업단/  오관게]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사찰에서의 식사는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식사의 풍경과 조금 다르다. 사찰에서는 식탁에 앉기 전 잠시 멈춰 서는 시간이 있다. 수행자들은 숟가락을 들기 전에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 순간 되새기는 짧은 기도문이 있다. 바로 ‘오관게(五觀偈)’다.

오관게는 사찰에서 식사를 시작하기 전 마음속으로 되새기는 다섯 가지 성찰의 문장이다. 한 끼의 식사를 앞두고 수행자가 자신의 마음과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찰에서 식사는 단순한 일상의 행위가 아니라 수행의 일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찰에서 전해 내려오는 오관게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음식은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건강을 유지하는 약으로 알며
진리를 실천하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

짧은 다섯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음식과 삶을 바라보는 불교적 철학이 담겨 있다.

첫 번째 문장은 음식의 근원을 돌아보게 한다.

“이 음식은 어디서 왔는가.”

우리가 마주한 한 끼의 식사는 단순히 식탁 위에 놓인 결과물이 아니다. 햇볕과 비, 흙과 바람 같은 자연의 조건과 농부의 노동, 그리고 음식을 준비한 사람들의 손길이 함께 모여 만들어진다. 오관게의 첫 번째 성찰은 음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전에 그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사찰에서 식사는 자연과 공동체의 노력 위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두 번째 문장은 수행자의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내 덕행으로 받기 부끄럽네.”

이 문장은 음식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성찰이다. 수행자는 음식을 권리처럼 받아들이기보다 감사와 겸손의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한 끼의 식사를 앞에 두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이 과정은 사찰에서 식사가 지닌 중요한 의미 가운데 하나다.

세 번째 문장은 마음의 상태를 살피는 구절이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사찰음식에서 중요한 태도 가운데 하나는 절제다. 음식은 욕망을 채우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문장은 음식을 먹는 순간에도 탐욕이나 집착에 휘둘리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수행자는 음식의 양이나 맛에 집착하기보다 음식이 가진 본래의 의미를 바라보려 한다.

네 번째 문장은 음식의 역할을 다시 정의한다.

“건강을 유지하는 약으로 알며.”

불교에서는 음식을 때로 ‘약’에 비유한다. 음식은 쾌락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몸을 유지하고 수행을 이어가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미다. 수행자는 음식을 즐거움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몸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사찰에서는 과식이나 낭비를 경계하며 필요한 만큼의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마지막 문장은 식사의 목적을 분명하게 말한다.

“진리를 실천하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

수행자는 음식을 통해 몸을 유지하고 그 몸으로 다시 수행을 이어간다. 이 문장은 식사가 단순한 생존의 과정이 아니라 삶의 방향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결국 깨달음을 향한 삶을 지속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의미다.

이 다섯 문장은 식사를 단순한 소비 행위에서 성찰의 시간으로 바꾼다. 그래서 사찰에서는 식사를 할 때 ‘발우공양’이라는 방식으로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발우공양은 수행자가 발우라는 그릇을 사용해 식사를 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필요한 만큼만 음식을 담고 남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음식물 하나까지도 낭비하지 않는 태도 역시 수행의 일부로 여겨진다.

오늘날 우리의 식탁은 점점 더 빠르고 자극적인 음식으로 채워지고 있다. 음식은 경험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맛과 강한 자극을 찾아 끊임없이 음식을 소비하는 문화 속에서 우리는 때로 왜 먹는지에 대한 질문을 잊기도 한다.

이런 시대 속에서 사찰음식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만 깊다.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있는가.

사찰음식은 화려한 기술이나 강한 자극을 앞세운 음식이 아니다. 대신 자연의 흐름을 따르고 재료의 본래 맛을 존중하며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사찰음식은 때로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오랜 수행과 철학이 담겨 있다.

사찰의 식탁은 우리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남긴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먹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 하는 질문이다.

어쩌면 사찰음식을 바라본다는 것은 한 가지 음식 문화를 이해하는 일을 넘어 우리가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생각해 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빠르게 소비되는 음식 문화 속에서 사찰의 식탁은 조용히 다른 길을 보여준다.

한 끼의 식사가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음식이 삶을 성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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