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 Column / 음식평론가 최수근 조리박물관장, 셰프의 꿈> 내 몸 내가 지키기
최수근
skchoi52@hanmail.net | 2021-07-05 08:21:07
무거운 육수를 들다가 허리를 다치면 끝이다. 필자도 무거운 닭을 혼자 들다가 허리를 다쳐서 보름 동안 침을 맞은 적도 있다. 그래서 안전교육이 중요하다. 육수는 만들어서 찬물에 식힌 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쓰기 때문에 허리를 많이 쓴다. 무조건 비용을 줄이려는 욕심 때문에 육수를 외부에서 대량으로 구입하여 물로 희석시켜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 직접 육수를 제조하여 소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외부에서 구입하는 원재료를 믿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육수나 기초 소스 등은 일정한 맛을 유지할 수 있는 업체에 맡겨서 제조한 것을 구입한 다음, 응용소스를 잘 만드는 셰프가 진짜 셰프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부하직원들이 일의 부담을 덜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서 멋있고 맛있는 요리개발에 신경 쓸 수 있다.
당연히 책임자는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을 제거해야 하지만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모두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면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고, 전기제품의 감전사고도 있다. 그리고 화재 때문에 화상을 입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 칼이 땅에 떨어져 다치는 경우도 있고 믹서기에 손을 다쳐서 평생 불구가 되는 사례도 있다. 주방에서는 주로 가스를 많이 쓰는데 가스 밸브 작동여부도 항상 조심하여 보아야 한다.
각자 일을 하고 나는 일이 일찍 끝나서 먼저 퇴근한다며 막내에게 불 잘 끄고 퇴근하라고 지시했다. 밤 9시 경이었다. 막내의 “네” 하는 큰소리의 대답을 듣고 퇴근하였다. 과장이 불 끄고 퇴근하라는 소리는 가스점검 잘하고 주방형광등 잘 끄고 냉장냉동고 점검하고, 내가 쓰던 사무실 소등과 난로불도 완전히 점검하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다른 것은 다 했는데 내 사무실 난로는 안 끈 것이었다. 난로가 과열되어 사무실에 불이 난 것이다. 방재반에서 빨리 발견하여 불을 껐고, 새벽에 집에 전화가 왔다. 화재가 났으니 빨리 사무실로 나와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새벽에 출근하여 새카만 사무실을 걸레로 모두 닦으니 6시였다. 물론 모두가 내 불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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